각종 리뷰 / / 2022. 7. 17. 21:51

넷플릭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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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실화 같지만 실화는 아닌 천재 수학자 이야기

상업 영화로는 유명하지 않은 박동훈 감독의 영화입니다. 최민식 배우의 팬으로 영화 작업을 하는 내내 즐거운 마음으로 촬영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최민식 배우는 천재 수학자 '리학성'을 연기하는데 북한에서 온 천재 수학자라는 설정이 흥미로워 실화가 아닐까 생각하지만 실화가 아니라고 하며 원작도 따로 없다고 합니다. 2022년 3월에 개봉해 상영관에서 많은 관객을 모으진 못했지만 넷플릭스에서는 TOP10 순위에 꽤 오래 들어있습니다. 특히 배경이 된 동훈고등학교는 전주의 유명 자사고 상산고등학교에서 촬영되었는데 대한민국의 학생이라면 한 번은 펼쳐 보았을 '수학의 정석' 저자가 설립한 학교라는 점이 흥미로움을 더해줍니다. 줄거리는 대략 이렇습니다. 동훈고등학교의 경비로 일하고 있는 이학성(최민식)은 탈북한 천재 수학자이지만 그 사실을 숨기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조직에서나 이단아는 있듯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학생들이 모인 이 학교에서도 이단아가 있습니다. 바로 한지우(김동휘)입니다. 특히 수학은 9등급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아무런 접점이 없을 것 같은 학성과 지우는 친구들 대신 술을 몰래 기숙사로 반입하는 지우를 학성이 발견하여 지우가 기숙사에서 쫓겨나며 인연이 생깁니다. 경비실에서 잠든 지우의 수학 숙제를 학성이 풀어 주고 지우는 학성에게 수학을 가르쳐 달라고 조릅니다. 오직 결과만을 강조하며 시험에서 정답을 맞히는 것만을 가르치는 학교의 수업 내용과 달리 학성은 지우에게 스스로 수학 문제를 증명해 나가도록 유도하며 답을 찾는 과정을 가르칩니다. 학성은 지우를 가르치며 가르치는 재미를 느낌과 동시에 잃어버린 아들에 대한 상처를 치유받습니다. 지우는 포기하고 싶었던 수학에 대한 흥미를 느끼고 성장해 나갑니다. 한편 동훈고등학교의 자랑 '피타고라스 어워즈'를 앞두고 담임선생님은 이 대회의 성적을 기말고사에 반영하겠다고 합니다. 그는 사실 이 시험문제를 유출했고 들킬 위험에 처하자 지우에게 뒤집어 씌우려고 합니다. 학성도 편안한 상황은 아닙니다. 리만가설의 증명을 코앞에 둔 수학자이기 때문에 북한에서도 남한에서도 이학성을 필요에 의해 이용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지우는 강요받은 전학을 가려고 하면서, 학성은 다시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도망가려 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지우의 유일한 친구 보람이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힘쓰는데, 학성을 설득해 피타고라스 어워즈에서 지우가 사실 시험지를 훔친 것이 아닌 자신에게 논문을 가져다준 것임을 밝힙니다. 몇 년이 흐른 후 수학 연구소에서 둘이 다시 만나게 되며 영화는 끝납니다.

아쉬운 점

탈북한 수학자이자 아들을 잃은 학성을 최민식이 아니면 누가 소화 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최민식의 연기는 보는 사람을 몰입하게 합니다. 다만, 최민식의 연기를 제외한 다른 부분들은 아쉬움이 크게 남습니다. 학문의 자유를 갈망하는 수학자가 결국 원하는 바를 이루는 것이 영화의 큰 맥락인 듯한데, 말하고자 싶어 하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담임선생님이 주말에 과외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학생들만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게 하려는 시험지를 유출하는 사건은 결과만을 중요시하는 담임선생님의 캐릭터를 그리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만, 그저 지우에게만 시련일 뿐입니다. 어영부영 끝나는 영화에서 지우에게 사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처벌받는 사람 또한 없습니다. 학성이 아들과 같은 거북이를 방생해 주며 세상으로 나갈 용기를 얻게 만들고 싶었다면 국정원에서 준비한 인터뷰를 통해서도 충분히 실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잃어버린 아들이 월북을 하다 사망한 사건에서 아들과 학성의 관계가 왜 이렇게 악화된 것인지 명확한 계기가 없습니다. 그저 '수학밖에 모른다', '나와 같은 동무가 모두매를 맞는 것을 외면할 수 없어 싸웠다' 등의 짧고 단편적인 장면만 보여주고 갑작스럽게 아들이 월북을 합니다. 월남을 하는 계기는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학문적 성과를 무기 제작에만 이용하는 사회 환경에 환멸을 느껴 학문의 자유를 갈망했기 때문입니다. 월남의 과정에서 남과 북을 오가는 것이 목숨을 내놓아야만 하는 일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경험으로 잘 알고 있을 텐데 다시 목숨을 걸어야 할 만한 뚜렷한 사정없이 월북을 하는 아들의 모습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차라리 수학에 빠져 아들이 남한에서의 적응이 어렵다는 사실을 몰라 따돌림을 당하다 사고로 죽었다는 편이 훨씬 더 이해하기 편할 것 같습니다. <굿윌 헌팅>과 같은 따뜻한 교육자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던 것 같지만 어설프게 남과 북이 대립하는 이야기를 끼워 넣어 아쉬움이 생긴 것 같습니다. 한가로운 주말 킬링타임용 영화를 찾는다면 볼만한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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